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 의상협찬=힐크릭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 의상협찬=힐크릭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10여 년 전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민 여성이 당구선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어를 거의 못 하던 그녀 대신 그녀의 남편과 했던 인터뷰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낯선 나라에서, 낯선 스포츠로,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불안한 듯 눈도 못 마주치던 그녀의 까무잡잡한 얼굴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내심 속으로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10년 만에 이렇게 멋진 당구 스타가 될지도 모르고. 오늘 만난 그녀는 대뜸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당당하게 눈을 맞추고 웃는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당구선수가 되겠다고 처음 만난 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진짜 당구선수가 됐는데, 당구선수가 돼서 가장 좋은 점은 뭔가?

유명해진 것. 그리고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상상했나?

그저 한국 가면 월급을 많이 받으니까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어떻게 당구를 치게 된 건가?

남편이 당구를 좋아해서 당구장 놀러 갔을 때 따라갔다가 남편이 혼자 기다리는 나한테 당구를 쳐보라고 했다. 그때 당구를 쳤는데, 재능이 있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남편이 첫 당구 스승인가?

그렇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배우다가 나중에는 선수들에게 레슨을 받았다. 

 

2017년도에 한밭배 여자 3쿠션 왕중왕전에서 우승하고 인터뷰할 때 매일 11시간씩 연습하고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에서 매일 운다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 요즘도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나?

보통 한 10시간 정도는 훈련하고 있다. 처음에 당구 배울 때부터 그랬다. 처음에 당구 연습할 때 목이랑 어깨가 너무 아파서 남편이 매일 밤 주물러줬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당구선수가 됐을 때, 캄보디아의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다들 놀랐다. 내가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는 가족들이랑 삼촌들이 전부 울었다. 상 받은 거 신기하고 대견하다고 말해 줬다. 

 

캄보디아에서도 사람들이 당구를 많이 치나?

캄보디아에는 당구 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특히 여자가 스누커나 풀을 치면 안 좋게 말한다. 

 

스롱 피아비가 당구선수로 성공해서 캄보디아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지금은 좀 인식이 변했을 것 같다. 

지금도 여자들이 당구 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캄보디아는 옛날 한국 당구 문화처럼 돈 내기하고 그런 문화다. 캄보디아에서 내가 당구선수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어?" 이런 반응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당구선수로 활동하면서 그런 인식을 많이 바꾸고 싶었다. 당구뿐 아니라 축구나 야구 등 어떤 스포츠든 다 돈하고 연관되어 있는데 유독 당구만 더 나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스포츠는 내가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거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당구도 엄연한 스포츠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처음 당구를 배울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한국말이 서툴러서 말이 안 통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뭘 배우면 빨리 감을 잡는 편이라 금방 실력이 늘었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 의상협찬=혼마

영리한 학생이었나보다. 캄보디아에서 학교 다닐 때도 똑똑한 학생이었나?

아니다. 그땐 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 캄보디아에서는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너무 잘 알려줬다. 

당구는 똑똑하다고 다 잘 치는 건 아니다. 스스로 연습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잘 칠 수 있다. 나도 똑똑해서 빨리 배운 건 아니다. 오히려 당구를 치면서 머리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처음 당구를 친다고 했을 때와 지금의 스롱 피아비의 삶이 180도 달라졌다. 느끼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한국 연예인들 보듯이 사람들이 나를 봐주니까 더 밝은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노력한다. 내가 더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고, 내가 더 멋있는 사람이 된 느낌이다. 

 

어렸을 때의 꿈은 뭐였나?

의사가 되고 싶었다. 캄보디아에는 병원이 많이 없어서 주변에서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이 많았다. 병원비도 비싸서 병원도 못 가고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의사가 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당구선수가 된 후에 캄보디아에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내 꿈은 캄보디아의 어린이를 돕는 것이다. 학교를 지어서 스포츠 전문가를 양성하고 싶다. 캄보디아에도 손재주 좋고 똑똑한 사람이 많은데 스포츠를 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 의상협찬=혼마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 의상협찬=혼마

지난 시즌 PBA로 이적 후 기대한 것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유가 뭔가?

PBA로의 이적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PBA의 공이 그동안 쓰던 공이랑 너무 달라서 두께나 힘 조절, 스트로크 등 전부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 공으로 게임을 하면 팔이 안 나가고 나도 모르게 몸을 쓰고 있었다. 이런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성적도 안 좋았다. 그래서 상대(샤프트)도 공에 맞게 바꾸고, 공에 적응하는 연습도 꾸준히 했다. 

 

당구선수로서 자신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감각이 좋은 것 같다. 거기에 샷 속도 조절(힘 조절)도 좀 잘하는 것 같다. 

 

새로운 시즌을 위한 준비는 끝났나?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요즘은 1쿠션에 부드럽게 공을 보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평소에 2점짜리 뱅크샷을 잘 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막상 실전에서 1점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공을 2점으로 만들어 치려고 하는 욕심이 들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불확실한 2점보다는 확실한 1점을 노리겠다. 

 

블루원 엔젤스의 에이스로 영입됐다. 팀 리그에 임하는 각오도 한 마디 부탁한다. 

피아비의 시원시원한 당구를 보여주겠다. 원래 대회 때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아직 어떤 상황이 닥칠지 잘 몰라서 좀 걱정된다.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 의상협찬=혼마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 의상협찬=혼마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02.542.1475)

이번 시즌에는 장기간 여자 세계 챔피언으로 군림한 히다 오리에가 출전한다. 이미래, 김민아, 김가영 등 강한 선수들이 LPBA에 모여 있다. 특별히 경계하는 선수가 있나?

요즘은 잘 치는 선수가 너무 많다. 다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전도 연습처럼 할 수 있었음 좋겠다. 연습 때는 너무 잘 치는데, 시합 때 연습처럼 잘 못 해서 속상했다. 이번 시즌에는 실전도 연습 때처럼 잘하고 싶다. 

 

스롱 피아비를 아끼는 팬들에게 한 마디.

처음 당구를 칠 때 남편하고 약속했다. 캄보디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자고. 항상 주변을 돌아보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고 싶다. 한국이 나의 꿈을 키워주는 소중한 땅이 되었다.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피아비가 되겠다. 지금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더 나은 세상에 도전하는 피아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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