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성지안 기자] 한국 당구용품을 대표하는 당구큐 제조업체 (주)한밭(대표 권오철)이 어느덧 창립 49주년을 맞았다.

1972년 7월 16일에 창립된 한밭은 지난 49년간 한밭큐를 만들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당구 선수들과 당구 동호인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으며, 특히 '파이브플러스'라는 특별한 공법을 개발해 세계에 한국 당구용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전 세계적으로 장수기업은 대부분 가족이 대를 이어 기업을 이끌어 간다. 일본의 몇 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100년이 넘은 기업의 역사를 봐도 그렇다. 당구용품에서 오랜 시간 역사를 다져온 유럽의 경우를 봐도 100년이 훌쩍 넘은 기업들이 있고, 이들 역시 가족들이 대를 이어받아 명품의 반열에 기업을 올려놓았다.

한밭 역시 1대 창업주인 권오철 대표의 뒤를 이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리더로 아들인 권혁준 팀장이 합류한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흐르고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았다. 큐제작 '장인'인 권오철 대표는 큐 생산과 연구 개발에 전념하고 권혁준 팀장은 마케팅과 영업, 관리, 홍보 등 외부적 업무에 집중한다. 기존의 옛날식 경영 방식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한밭큐의 살아있는 전설 권오철 대표와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권혁준 팀장.  사진=한밭 제공
한밭큐의 살아있는 전설 권오철 대표와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권혁준 팀장. 사진=한밭 제공

반백 년 역사를 만들어온 한밭큐

한밭의 첫 시작은 100% 수출용 큐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당시 국내 당구용품이 특별소비세 부가 대상이다 보니 국내 판매는 엄두도 못 내고 전량 수출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한밭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국내에 개인큐를 보급하고 지금의 개인 당구용품 문화를 만든 것도 역시 한밭이다. 1979년 처음으로 1000세트를 목표로 670세트의 개인큐를 만들어 선보였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실질적으로 팔린 건 100세트에 불과했다.

일본만 해도 당시 아담큐가 한 자루에 5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였고, 일본 장인들이 최고의 전성기에 만든 큐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개인큐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때였다. 선수들조차 개인큐를 거의 쓰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개인큐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기 위해 한밭이 선수들에게 한밭큐를 후원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개인큐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고 김경률이 생전에 유일하게 사용했던 큐가 바로 한밭의 플러스파이브 큐였다.

선수 후원으로 개인큐 문화 만들어

김경률은 한밭 큐를 들고 지난 2006년 그리스 볼로스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 처음 4강에 진출했고, 2008년 수원 당구월드컵에서 한국 최초로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 또한, 김경률이 2010년 터키 안탈리아 당구월드컵에서 한국 역사상 첫 번째 월드컵을 차지했을 때에도 한밭 플러스파이브 큐를 들고 결승전에서 승리했다.

한밭 큐는 김경률이 생전 당구월드컵에서 총 10회(우승 1회, 준우승 2회, 공동 3위 7회) 입상하며 세계 3쿠션 역사를 뒤바꾸는 과정을 모두 함께했다.

고 김경률이 살아생전 쓴 당구큐는 한밭큐가 유일하다.  사진=한밭의 김경률 추모 광고
고 김경률이 살아생전 쓴 당구큐는 한밭큐가 유일하다. 사진=한밭의 김경률 추모 광고

이렇듯 한밭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능의 당구 큐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한국 선수로는 처음 전 세계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 도전했던 김경률을 처음부터 지원해 한국 당구 역사에 새로운 역사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선구자 기업이다.

각종 대회 개최 및 후원으로 한국 당구 문화 이끌어

한밭은 그동안 여자 3쿠션 대회를 비롯해 대한당구연맹에서 개최하는 대회와 각종 동호인 대회까지 합해 1년에 1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당구대회를 후원해 왔다. 특히 소외된 종목인 여자 3쿠션 대회를 매해 정기적으로 개최해 여자 3쿠션 선수들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고자 했다.

지금의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도, '신성' 백민주도, '월드 클래스' 이미래, 한지은 등 최고의 기량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이들 모두 '한밭큐 여자 3쿠션 대회'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중 한밭큐를 사용하고 있는 이미래는 LPBA 투어 지난 시즌 동안 3연승을 기록, LPBA 통산 4승을 올리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백 년을 당구와 함께해 온 한밭은 이제 더 긴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9년 동안 한밭큐를 만들어 온 권오철 대표는 한밭큐를 '작품'이라고 말한다.

한국 전통의 자개문양을 넣어 디자인한 아발론 큐.
한국 전통의 자개문양을 넣어 디자인한 아발론 큐.
한밭큐 공장 전경
다음 단계 작업을 위해 대기 중인 큐들
공장 한켠에서 건조 중인 목재들 

권오철 대표는 몇 년 전 인터뷰를 통해 "진짜 잘 만든 명품 큐는 '작품'이 된다. 큐 역시 만드는 사람의 혼이 들어가야 좋은 물건이 나온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면서 비싼 큐는 문제가 있지만, 제작자의 혼이 녹아든 당구큐는 그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무는 살아서 백 년을 살고, 죽어서 천년을 산다고 한다. 당구큐로 만들어진 후에도 외부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원목의 특성상 고도의 정밀함과 오랜 기간의 숙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자의 눈에 보이는 부분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과정이 한밭큐의 가치를 만들었다.

창립 49주년을 맞아 권혁준 팀장은 “17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Stradivari) 일가가 제작한 바이올린이 있다. 어느 나라가 몇 대를 가지고 있느냐로 그 나라의 국력을 매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명기로 알려져 있다. 지금 당장이 아닌 시간이 지난후에도 스트라디바리와 같이 가치를 인정받는 장인정신이 있는 당구큐를 만드는 것이 한밭의 목표”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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