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경 심판.  사진=이용휘 기자
강미경 심판.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당구대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인적 요소는 당구선수와 심판이다. 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러하듯 당구도 당구심판의 역할이 당구대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당구심판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패자 심판'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당구대회가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심판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당구선수들이 심판의 역할을 했으나 2011년부터는 심판 자격증을 갖춘 전문 당구심판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10여 년 만에 당구심판은 당구선수만큼 방송에 노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당구연맹의 대표 심판인 강미경 심판 역시 강미경 심판이 등장하는 KBF 당구 디비전 리그 홍보 영상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그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당구심판 강미경'에게 당구심판과 KBF 디비전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떻게 처음 당구심판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스무 살 때부터 친구들이랑 당구를 쳐왔다. 25살 때 다니던 단골 대대 클럽 사장님이 "네가 이렇게 당구를 좋아하는데, 당구심판 한 번 해보지 않겠냐"며 권유해 주셔서 도전하게 됐다. 그분이 당구선수시라 당구심판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당구심판 경력은 얼마나 되었나?

2010년부터 정식으로 심판 활동을 했다. 하지만 심판 자격증은 2011년도부터 생겨서 이후에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구심판이 된 지 10년이 좀 넘었다.

 

당구심판은 어떤 일을 하나?

심판은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선수들을 서포트해 주는 사람이다.

 

강미경 심판이 생각하는 당구심판의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당구심판도 선수만큼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보통 당구 경기가 1시간이 넘게 진행되는데 처음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마지막까지 집중할 수 있는 지구력이 당구심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당구대회를 경험했다. 당구심판으로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동료 심판이 겪은 일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대회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도중 태풍이 심하게 불어 밖에서 가벽이 무너졌는데, 놀란 강아지가 생방송이 진행 중인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일이 있었다.

다들 너무 놀라고 당황했는데, 다행히 심판이 당황하지 않고 경기를 잠시 중단시킨 후 강아지를 진정시켜서 내보내고 다시 경기를 재개했다. 경력 있는 심판의 침착한 대처로 방송사고를 막고 무사히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당구심판이 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실제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당구심판은 당구를 좋아하고 당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당구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경기를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당구 심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한당구연맹에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당구심판 강습회를 개최한다. 연맹 홈페이지 공지에 따라 신청해서 심판강습회를 이수하고 이론 및 실기 시험을 거쳐 합격하면 심판 자격증을 획득하게 된다. 심판 자격증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대회에 투입되는 건 아니다. 이후에 보수교육을 추가로 받고 실전 경기에 투입된다.

 

당구심판이 되려면 당구를 잘 쳐야 하나?

꼭 그렇진 않다. 당구를 꼭 잘 쳐야 당구심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당구를 잘 치는 만큼 공의 진로와 판단에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당구 수지가 조금 낮더라도 당구심판에 도전할 수 있다. 심판교육과정 중 보는 훈련도 따로 하기 때문에 노력한다면 자신의 당구 실력과 상관없이 좋은 심판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당구대회가 방송에 노출되면서 선수뿐 아니라 당구심판도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관심이 좀 부담스럽다. 선수들에게 집중되어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심판에게 분산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대회의 주인공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

 

작년부터 KBF 당구 디비전 리그가 시작되었다. 심판은 KBF 당구 디비전 리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강미경 심판이 본 KBF 당구 디비전 리그는 어땠는지?

다른 당구대회와 다르게 다양한 실력의 사람들이 팀을 이뤄서 실력의 격차 없이, 또 선수-동호인 구분 없이, 심지어 나이에 상관없이 한 대회에서 함께 경기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어떤 팀은 고교 동문끼리 팀을 만들어서 선후배 혹은 친구들이 함께 경기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팀으로 운영되다 보니 그동안 일반적인 당구대회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당구 문화가 생긴 것 같아 반갑다.
 

KBF 당구 디비전 리그를 운영 중인 강미경 심판.  사진=이용휘 기자
KBF 당구 디비전 리그를 운영 중인 강미경 심판이 포켓볼리그 진행 후 밝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당구심판으로서 KBF 디비전 리그에 참가하는 동호인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친목을 기반으로 동네 친구들끼리 리그에 참여하다 보니 선수의 마인드로 대회에 참여하는 의식이 조금 부족한 것도 같다. '우리 동네 당구 리그'이기는 하나 정식 당구대회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동호인 선수 스스로 당구선수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KBF 디비전 리그를 지켜보면서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아직 2년 차이기도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은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경기 횟수가 적어 경기 운영 시스템이 아직도 좀 불안정할 때가 있다. 참가하는 선수나 심판, 경기 운영을 담당하는 디렉터가 안정적으로 리그를 끌어갈 수 있도록 이런 부분은 대한당구연맹에서 더 심혈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당구심판으로서 당구대회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선수들과 대회를 주최하는 단체와의 소통이 부족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룰을 변경한다든지, 변경했으면 변경된 내용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되어야 하는데 전달이 되지 않아 현장에서 심판과 선수가 부딪히는 난처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게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대회 중에는 현장에서 선수와 심판 사이의 문제로 발전되는데, 이런 점이 심판으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 중에 하나다.

 

당구심판 강미경의 꿈은 무엇인가?

심판들이 프리랜서의 개념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직업으로 삼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직업으로 삼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질 높은 심판들도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어린아이들이 장래 희망으로 '당구심판'이라고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동료 심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당구심판만을 업으로 삼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좋은 환경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때까지 다 같이 힘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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