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길을 선택한 3쿠션 세계 최강자 야스퍼스와 쿠드롱

2019년 쿠드롱 PBA 이적 후 더 이상 두 선수의 대결 볼 수 없어

라이벌 야스퍼스와 쿠드롱의 역대 대결은 과연 누가 우세할까

2017년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에서 만나 뱅킹 중인 딕 야스퍼스와 프레데릭 쿠드롱.  사진=빌리어즈DB
2017년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에서 만나 뱅킹 중인 딕 야스퍼스와 프레데릭 쿠드롱. 사진=월간 빌리어즈 DB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수십 년 동안 세계 3쿠션 무대를 독식한 두 선수,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과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는 영원한 라이벌이다. 

두 선수는 프로당구 PBA 투어가 한국에서 출범한 2019년 이후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쿠드롱은 PBA 투어로 이적해 프로당구 투어에 출전한 반면, 야스퍼스는 UMB(세계캐롬연맹) 잔류를 선택했다.

세계 최고의 두 선수가 다른 투어를 뛰게 되면서 한동안 이 선수들이 벌이는 ‘세기의 대결’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지난해 12월 나란히 PBA와 UMB 왕좌에 올랐다. 

쿠드롱은 지난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된 프로당구 투어 시즌 4차전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통산 3승을 기록했고, 야스퍼스도 12월 7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제73회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5번째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대회에서 두 선수는 양대 투어에서 여전히 세계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기록은 야스퍼스와 쿠드롱 중 누가 더 우세할까.

딕 야스퍼스.  사진=빌리어즈 DB
딕 야스퍼스. 사진=월간 빌리어즈 DB

‘용호상박’ 49승 3무 43패… 상대전적 야스퍼스 우세

‘3쿠션 사대천왕’으로 90년대 이후 30년 동안 세계 3쿠션 무대를 호령해 왔던 두 선수는 지금까지 수많은 대결을 벌여왔다. 서로 이기고 지는 승부의 연속이었고, 누가 더 강한 선수인지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3쿠션 세계대회인 ‘3쿠션 당구월드컵’ 성적도 비슷하다. 야스퍼스가 지금까지 총 25회 우승을 차지했고, 쿠드롱은 21회를 우승했다.

시즌 챔피언에는 야스퍼스가 6회(1997, 1999, 2008, 2010, 2016, 2019), 쿠드롱이 4회(2005, 2009, 2014, 2018) 올랐다.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서도 야스퍼스가 5회 우승, 쿠드롱이 3회 우승을 차지했다.

90년대의 과도기를 거쳐 3쿠션 세계 무대가 안정을 찾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2019년까지 20여 년 동안 두 선수는 공식경기에서 모두 95번 승부를 벌였다. 역대 전적은 49승 3무 43패로 야스퍼스가 다소 우세했다. 

초창기에는 야스퍼스가 21승 2무 13패로 앞섰지만,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쿠드롱이 30승 1무 28패로 역전했다. 쿠드롱은 PBA로 넘어오기 직전 2019년 6월까지 야스퍼스를 상대로 4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렇듯 세계 최고의 3쿠션 선수로 인정받는 야스퍼스와 쿠드롱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등한 실력으로 오랜 시간 라이벌로 경쟁을 해왔다.

두 선수는 나이대도 비슷하다. 야스퍼스가 1965년생으로 올해 56살이고, 1968년생인 쿠드롱은 53살이다. 

과거 선수 경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야스퍼스가 3쿠션 종목 선수로 90년대 초반부터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은 반면, 같은 시기에 쿠드롱은 1쿠션과 보크라인 종목에서 유럽과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쿠드롱은 92년과 94년에 3쿠션 당구월드컵 준우승을 두 차례 차지한 바 있지만, 이후 한동안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야스퍼스는 3쿠션 세계 정상권에 올라갔다.

91년 일본 도쿄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야스퍼스는 94년 터키 이스탄불 대회와 독일 할레 대회에서 징검다리 우승을 차지한 이후 해마다 당구월드컵을 우승하며 이름을 날렸다. 

쿠드롱이 다시 3쿠션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97년 이전까지 야스퍼스는 4회 더 우승을 챙겼다. 97년 네덜란드 우스터후트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야스퍼스는 쿠드롱과 처음 결승에서 만났다.

결과는 쿠드롱의 승리. 이때부터 두 선수가 벌이는 세기의 대결은 서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98년에 쿠드롱은 두 차례 3쿠션 당구월드컵을 거머쥐었고, 쿠드롱의 가세로 본격적인 ‘3쿠션 사대천왕’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98년에는 총 10차전의 3쿠션 당구월드컵이 열려 가장 맏형인 토브욘 블롬달(59·스웨덴)이 4번을 우승했다. 야스퍼스는 2차전부터 5차전까지 4회 연속으로 결승에 올라 3차전과 5차전 우승을 차지했다. 쿠드롱은 4차전에서 4강에 오른 후 6차전을 우승했고, 마지막 10차전에서 블롬달을 꺾고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99년 열린 다섯 차례의 대회에서는 야스퍼스가 1차전과 5차전 우승을 차지하며 2승을 챙겼다. 쿠드롱은 2000년 대회에서 4강에 한 차례 올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3쿠션은 스폰서의 이탈로 대회 개최가 크게 축소되었고, 2003년까지 4년 동안 8번 대회가 개최되는 데 그쳤다. 

야스퍼스는 2001년에 열린 다섯 번의 대회 중 4번을 결승에 올라 우승 1회와 준우승 3회를 차지했고, 쿠드롱은 2001년 4강에 한 차례 올랐다.

2002년 UMB는 아예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200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년여 만에 재개된 대회에서 야스퍼스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시기에 유럽에서 벌어진 네덜란드 챔피언십과 유럽피언 챔피언십, 크리스털 켈리 토너먼트 등에서는 야스퍼스가 쿠드롱을 상대로 5승 1무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때까지 야스퍼스는 쿠드롱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었다.

프레데릭 쿠드롱.  사진=빌리어즈 DB
프레데릭 쿠드롱. 사진=월간 빌리어즈 DB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추격자’는 쿠드롱

2004년 3쿠션 당구월드컵이 정상화되고 쿠드롱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졌다. 

야스퍼스는 2004년과 2005년에 한 차례씩 우승을 더 했다. 쿠드롱은 2004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2005년에는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오르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2005년 11월 27일 열린 네덜란드 챔피언십 경기에서는 야스퍼스를 18이닝 만에 50:36으로 제압했고, 이듬해 3월에 재대결을 벌여 20이닝 만에 50:35로 야스퍼스에게 2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2006년 포르토 월드컵 준결승전에서는 야스퍼스가 세트스코어 3-1로 쿠드롱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쿠드롱은 2007년부터 크게 활약하기 시작했다. 총 7번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3차전부터 7차전까지 5회 연속 4강에 진출했고, 그중 3차전과 6차전을 우승했다. 

두 선수는 그해 10월에 3차전인 포르토 월드컵 결승에서 대결해 세트스코어 3-2로 쿠드롱이 승리했다. 한 달 뒤 열린 아지피 빌리어드 마스터스 준결승전에서는 야스퍼스가 26이닝 만에 50:19로 쿠드롱을 꺾고 복수전에 성공했다.

쿠드롱은 2008년 1월에 네덜란드 슬루이스낄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한국의 김경률을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6회 연속 4강 진출을 달성한 쿠드롱은 전년도에 이어 징검다리 우승에 도전, 결승에서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를 3-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쿠드롱의 우승으로 시작했지만, 2008년은 결과적으로 야스퍼스의 해였다. 야스퍼스는 이후 열린 다섯 차례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과 단 한 차례를 제외한 총 4회나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포르투갈 포르토와 멕시코 이라푸아토에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를 연속해서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야스퍼스는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서 김경률을 3-2로 제압하고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야스퍼스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속 3승을 달성했다. 연속 3승 이상 기록은 3쿠션 당구월드컵 역사상 야스퍼스(1회)와 블롬달(3회)만 달성한 기록이다. 쿠드롱은 2승이 최고 기록이다.

부르사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붙은 딕 야스퍼스와 프레데릭 쿠드롱. 이 대결에서는 야스퍼스가 승리했다.  사진=빌리어즈 DB
부르사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붙은 딕 야스퍼스와 프레데릭 쿠드롱. 이 대결에서는 야스퍼스가 승리했다. 사진=월간 빌리어즈 DB

‘세기의 대결’ 야스퍼스-쿠드롱의 라이벌 구도

2008년에 야스퍼스와 쿠드롱은 5번 맞붙어 야스퍼스가 3승 2패로 우세했다. 

첫 대결인 벨기에 챔피언십에서는 쿠드롱이 21이닝 만에 50:41로 야스퍼스를 제압했고, 4개월 후 유럽피언 챔피언십 8강전에서 재대결을 벌여 이번에는 야스퍼스가 세트스코어 3-2로 쿠드롱을 꺾었다.

며칠 후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열린 크리스털 켈리 토너먼트 예선에서 다시 만난 두 선수의 대결은 31이닝 만에 50:40으로 쿠드롱이 승리했다.

이어서 멕시코 이라푸아토 3쿠션 당구월드컵 준결승전에서는 야스퍼스가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갔다.

야스퍼스는 3개월 후 프랑스 쉴티히하임으로 장소를 옮겨 아지피 빌리어드 마스터스 준결승에서 다시 쿠드롱을 33이닝 만에 50:43으로 꺾었다. 

이때까지 두 선수의 승부는 야스퍼스가 19승 2무 11패로 앞섰고, 2009년에 야스퍼스는 3승 2패로 대등한 승부를 이어갔다.

2009년 첫 대결이었던 안탈리아 당구월드컵 준결승전에서는 야스퍼스가 세트스코어 3-1로 쿠드롱을 꺾었다.

유럽피언 챔피언십 8강전에서는 쿠드롱이 세트스코어 3-1로 이겼고, 한 달 후 크리스털 켈리 토너먼트에서도 쿠드롱이 20이닝 만에 50:41로 승리했다. 

야스퍼스는 보름 뒤 프랑스에서 열린 탑리그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19이닝 만에 50:29로 쿠드롱을 꺾고 연패 사슬을 끊었다. 그리고 네덜란드 챔피언십에서 23이닝 만에 50:44로 승리를 거두며 2010년 이전의 승부를 마무리했다.

90년대 세계 3쿠션 무대를 블롬달과 양분하던 야스퍼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쿠드롱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3파전이 벌어졌다. 

상대 전적에서는 야스퍼스가 쿠드롱을 8번 더 이겼지만, 두 선수는 매 경기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2010년으로 넘어가면서 초반 흐름은 야스퍼스가 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분위기였다가 쿠드롱이 점차 야스퍼스에게 승리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라이벌 구도가 완성되었다.

야스퍼스와 쿠드롱은 지난 2012년 6월에 600점을 먼저 치는 ‘세기의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총 274이닝 동안 600점을 먼저 친 쿠드롱이 600:501로 승리를 거두며 비로소 상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쿠드롱은 이후 야스퍼스를 상대로 8연승을 거두는 등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누렸다. 야스퍼스도 쉽게 밀려나지는 않았다. 2015년 4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야스퍼스는 쿠드롱에게 6연승을 거두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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