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오설리번 꺾고 스누커 유러피안 마스터스 우승

유러피안 마스터스에서 '베테랑' 로니 오설리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판정이. 사진=WST 제공
유러피안 마스터스에서 '베테랑' 로니 오설리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판정이. 사진=WST 제공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영국의 프로 스누커 투어에서 이제 2000년대생 우승자가 나오고 있다.

2001년 1월 27일생인 중국의 판정이(21)가 ‘2022 벳빅터 유러피안 마스터스’를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판정이는 지난 2월 27일 열린 유러피안 마스터스 결승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인 로니 오설리번(46)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스코어는 10-9. 판정이는 이번 우승으로 8만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1억276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런데 우승 경험이 없는 판정이가 베테랑 중의 베테랑 오설리번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게다가 결승전에서 판정이는 경기 내용 면에서도 오설리번을 압도했다.

먼저 프레임을 따내 경기를 줄곧 리드하는가 하면 135점과 110점 브레이크를 성공하는 등 한 차례 107점을 득점하는 데 그친 오설리번보다 나은 데이터를 기록했다.

스누커는 고난도의 당구 기술과 함께 오랜 시간 정신력과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종목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를 상대할 수준까지 기술을 익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2001년생인 판정이가 투어에서 오설리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월드 스누커 투어(WST)는 어린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프로 무대에서 겨룰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시즌 시작 전 Q스쿨 토너먼트를 열어 많은 선수가 1부 투어에 참가할 수 있게 만들었고, 또 아마추어 중에서 U-21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1부 투어를 뛸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선수들에게 1, 2년 동안 프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들의 빠른 성장을 돕고 있다.

스누커 유러피안 마스터스에서 그레이엄 닷과 경기 중인 판정이.  사진=WST 제공
스누커 유러피안 마스터스에서 그레이엄 닷과 경기 중인 판정이. 사진=WST 제공

프로 투어가 톱 랭커와 순위 위주로만 투어 출전 기회를 제공한다면, 판정이와 같은 2001년생 챔피언은 배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아무리 5살에 큐를 잡고 오랜 훈련을 하더라도 실전에서의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면, 주니어와 시니어로 넘어가는 시기에 반드시 정체기가 오게 된다.

2017년 7월, 그의 나이 17살에 IBSF 세계U21스누커선수권대회를 우승한 판정이는 월드 스누커 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2년짜리 카드를 받았고, 2018-19시즌과 2019-20시즌을 뛰면서 잉글리시 오픈 32강에 진출하는 등 좋은 경험을 쌓았다.

이어서 2020-21시즌 출전을 위해 스누커 Q스쿨에 도전한 판정이는 마이클 화이트를 4-2로 누르고 다시 2년 투어 카드를 획득, 4년 연속 프로 투어를 뛰고 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프로 데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판정이는 빠르게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성장하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2020-21시즌에 랭킹 118위로 마감한 판정이는 2021-22시즌에 열린 저먼 마스터스 예선전에서 처음으로 ‘톱 20’ 선수인 텝차이야 운누(태국)에게 5-3 승리를 거두고 본선에 올라갔고, 올해 1월 열린 저먼 마스터스 본선에서는 처음 8강에 진출, 이어서 유러피안 마스터스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만약 판정이에게 월드 스누커 투어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4년 후에 상금 1억2760만원을 따내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훈련을 해온 선수들이 10대 후반에 세계적인 선수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판정이처럼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한참 성장이 빠른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주어지는 2년 투어 카드는 무엇보다도 값진 것이 될 수 있다.

시간은 빠르다. 앞으로 7~8년 더 지나면 이제 2010년대에 태어난 유소년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눈으로 보게 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유망주를 발굴하고 종목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프로 투어를 경험하고 성장할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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