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롬은 당구 종목 중 가장 늦게 성장... '탈 유럽화' 진행된 2000년대 후반 기회 잡아

유럽의 제한적 캐롬 인프라는 종목 성장 정체의 원인... 캐롬 개척의 주역은 바로 '한국'

국내 기업과 미디어의 후원 등 한국 인프라는 세계 캐롬 발전의 밑거름

30년 전 시스템에 고착된 기존 캐롬 무대는 발전 가능성 없어... 프로(PBA)의 성공 원인은 과연?

1993년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 개회식. 과연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사진= Ton Smilde
1993년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 개회식. 과연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사진= Ton Smilde

지난 30년 동안 당구는 많은 성장을 거듭해 왔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일하게 프로를 운영하던 스누커는 연간 수백억원의 상금이 걸린 프로 스포츠로 발전했고, 가장 유저가 많은 포켓볼은 프로화 시도에는 여러 차례 실패했지만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인프라를 통해 언제든지 발전 가능한 모델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캐롬(3쿠션)은 당구 세 종목 중에서 가장 성장이 더뎠다. 종주 유럽을 시작으로 아시아권으로 영역을 넓혀오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성장세가 이어졌다.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한국은 캐롬의 성장을 이끈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만약, 한국에 캐롬 보급이 되지 않고, 지금처럼 한국에서 재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진 속 1993년 세계팀3쿠션수권대회와 같은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스누커와 포켓볼이 종주 대륙 유럽과 미국에 뿌리를 두고서 주변 인프라로 충분히 확장이 가능했던 반면에 캐롬 종목은 유럽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캐롬은 ‘탈 유럽화’가 진행되고 나서야 확대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기존 유럽권역의 국가와 선수, 아마추어, 산업 등의 제한적 인프라만으로 성장의 기회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유럽의 능력으로 캐롬 종목의 프로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과론적으로도 불가능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세계캐롬연맹(UMB)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유럽에서 열렸던 3쿠션 당구월드컵과 월드챔피언십, 팀챔피언십 등과 같은 캐롬을 대표하는 종목이 어떤 식으로 개최되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80년대 열린 이들 대회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까지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사진과 같은 장면은 무척 익숙하다.

실제로 오랫동안 이러한 당구 이벤트의 포맷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고, 그 시간을 돌아보면 냉정하게 캐롬은 지난 30년을 정체해 있었다.

눈에 보이는 이벤트의 규모나 개최 수준조차 일정하게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캐롬 종목의 변화나 발전을 몸으로 느끼기 어려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의 기량은 노력한 만큼 눈에 띄게 발전한 반면, 캐롬 종목은 그 외에 변화를 위한 노력을 찾기 어려웠고 이런 식의 제자리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으로 확장이 일어나던 시기에 변화의 좋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보다는 장시간 발전이 없는 유럽형의 캐롬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 문제가 되어 한국은 세계에서 그 많은 재원을 쏟아붓고도 UMB라는 테두리 안에 갇히게 되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모두가 느꼈듯이 UMB 산하에서 캐롬은 미래가 불투명했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식 대대 보급이 이루어지고 고 김경률을 필두로 한국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주역이었다.

한국의 인프라가 세계 캐롬 무대의 바탕이 되면서 국내 기업과 미디어에서 나오는 후원은 종목의 성장을 이끌 확실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비용이 확실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고 한계에 부딪히게 되자 한국 입장에서는 더는 인프라를 유출하지 않고서 독자적인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사상 최초의 3쿠션 프로 PBA가 한국을 중심으로 탄생해 UMB의 지배를 벗어나면서 누구나 꿈꾸던 프로화가 마침내 성공을 이루었다.

30년 전의 시스템에 고착된 기존 세계 캐롬 무대는 더 이상 확장의 가능성이 없다. 그 시스템 안에 더 갇혀 있으면 선수는 선수대로, 당구계는 당구계대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UMB의 체제로 무엇이 성장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해가 쉽다.

앞으로 UMB는 변화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1993년 사진의 모습을 보고 있는 지금처럼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다음 30년을 보내게 되면 당구는 지키는 것보다 잃을 게 많다.

한국처럼 UMB가 유럽의 인프라로 연간 수백억원을 모집한 다음 프로 투어로 성장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거나 아니면 이미 성공 가도에 올라 있는 PBA와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거나. 결단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월간 빌리어즈> 김도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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