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태릉/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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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모든 꿈이 이루어졌다. 

차명종(인천시체육회)이 열세 번의 도전 만에 세계3쿠션당구월드컵의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다. 

지난 22일부터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22 서울세계3쿠션당구월드컵’에서 차명종은 본선 32강전에서 튀르키예의 강호 무랏 나시 초클루(세계 12위)와 동률을 이뤄 애버리지 싸움 끝에 0.03 차로 제치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라스베이거스3쿠션당구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본선 진출에 성공한 차명종이 끝내 첫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룬 것. 

차명종의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늘(27일) 열린 16강전에서 ‘우승후보' 김행직(전남)을 50:37(36이닝)로 제압하고 첫 8강 입성에 성공했다. 게다가 인터뷰 후 차명종은 8강전에서 튀르키예의 세미 사이그너까지 꺾고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6강 시합을 마치고 나온 차명종을 <빌리어즈매거진>이 만났다. 

사진=태릉/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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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드컵 16강 진출에 이어 8강 입성까지 축하한다. 

고맙다. 이번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꿈을 꿨는데,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결승전을 하고 있는 꿈을 꿨다. 결승전 3이닝에 21점까지 치고 꿈에서 깼다. 이기고 깼어야 하는데 좀 아쉽지만,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열세 번째 도전 만에 첫 8강 진출이다. 

예전에는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할 여건이 못 됐다. 한국에서 열리는 구리월드컵에 일 년에 한 번씩 참가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베트남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한 번씩 나가고. 그렇게 띄엄띄엄 나갔던 게 한 8번 정도 되고, 본격적으로 연달아 나간 건 2019년 2월 안탈리아월드컵 때부터 쭉 나가기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그마저도 못 나가고 올해부터 다시 나가게 됐다. 

생애 처음으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8강까지 오르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너무 기쁘다. 원래 제약회사를 7년 동안 다니다가 당구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다 ‘미친놈’이라고 했다. ‘도대체 니가 당구를 잘 치길래 회사까지 때려치냐, 어려서부터 친 것도 아니고 아주 늦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도전해 보고 싶었다. 

무모하기까지 한 도전이 결실을 맺고 있다. 

지금 내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 아니다. 현재 목표는 입상이다. 이제 한 판 남았다. (차명종은 이후 8강전에서 세마 사이그너까지 꺾고 4강에 진출, 최소 공동3위에 입상하게 되었다)

처음 당구를 시작할 때도 전국체전 대표, 전국체육대회 도대표, 그리고 경기도 토너먼트 챌린저 우승, 전국대회 우승, 월드컵 본선 진출이 내 목표였다. 오늘 8강까지 오르면서 원래 바라던 꿈은 다 이룬 셈이다.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당구선수로서 늦게 시작해서 목표한 꿈을 다 이루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최종 예선 Q라운드에서 제프리 요리센(덴마크)에게 첫 게임을 졌다. 것도 낮은 애버리지로. 두 번째 콜롬비아의 페드로 곤살레스와 쳐서 그나마 조금 괜찮은 애버리지로 이겼는데, 높은 애버리지가 아니라 본선 진출 가망성이 아주 낮았다. 

요리센과 곤살레스의 경기 결과에 따라 내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밥을 먹으면서 두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본선에 가려면 요리센이 아주 낮은 애버리지로 져야 되는 상황인데, 곤살레스가 22:3으로 지고 있었다. 

마음을 다 비우고 밥을 먹는데, 한 20분 뒤에 30:31로 곤살레스가 점수를 다 따라잡더라. 그다음부터는 숨도 못 쉬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결국 그 경기를 곤살레스가 33:37에서 3점을 마무리하면 승리하고, 덕분에 내가 32강에 올라갔다.

32강에서도 불과 애버리지 0.03 차이로 16강에 올랐다. 8강까지의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Q라운드가 가장 큰 행운이었고, 32강에서도 초클루와 점수 차이가 15점만 되도 내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초클루와의 대결에서 25:40으로만 져도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초클루가 21:240으로 경기를 끝냈다. 결국 후구에서 목숨 걸고 4점을 쳐서 0.03 차이로 내가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 

사진=태릉/이용휘 기자
사진=태릉/이용휘 기자

김행직 선수와의 16강전도 엄청 치열했다. 쫓고 쫓기고 뒤집히고 또 뒤집고. 

사실 공식적인 대회에서는 2019년 철원대회 결승전에서 김행직 선수를 딱 한 번 만났다. 그때 한 20:40으로 진 것 같다. 김행직 선수가 나보다 어리지만 너무 대단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실 내가 존경하는 선수다. 

김행직 선수가 멘탈도 너무 강하고 또 타이틀도 많아서 배운다는 마음으로 이때까지 쳤다면, 오늘은 배우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수비도 많이 하고 각오가 느껴졌다. 

오늘은 기필코 이기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더니 샷이 죽지 않더라. 그리고 나에게는 약간의 행운이 따른 반면 김행직 선수는 운이 좀 좋지 않았다. 포인트를 올리고도 다음 공이 너무 어렵게 섰다. 

이번 경기는 수비도 좀 철저하게 했다. 워낙 잘 치는 선수니까 수비하는 게 당연하다. 공격적으로 갈 때는 완벽하게 공격으로 가고, 포기하고 수비로 갈 때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작전대로 됐나?

만약 내 수비를 김행직 선수가 풀어냈다면 나한테 어려운 경기가 됐을 거다. 다행히 김행직 선수가 실수를 해줬고, 나한테 유리한 경기가 됐다. 사실 두 선수 모두 득점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공 컨디션이나 테이블 컨디션이 꽤 어려웠고 둘 다 어려운 경기를 했다. 

올 3월 라스베이거스월드컵 때 본선 32강 진출이 이전까지 최고 기록이었다. 

11번째 월드컵 만에 처음으로 본선에 올랐는데, 상대가 세미 사이그너와 쩐뀌엣찌엔, 강자인 선수였다. 이때 3패를 연달아 당했다. 32강에 올라갔다는 게 너무 기쁜 나머지 조금 마음을 내려놓았던 것 같다. 그 경기에서 ‘이것도 배우는 거다. 절대 실수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지금부터는 다 첫 경험이다. 16강도 처음 올라온 거고, 8강 진출도 처음이다. 8강에서 만약에 져도 처음 지는 거다. 

어떤 마음으로 남은 경기에 임하겠나?

나는 잃을 게 없다. 나는 세계랭킹도 낮고, 앞으로 상대할 선수들은 워낙 세계적인 톱 플레이어들이라 이기든 지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거다. 쫄지 말고! 

그동안 세워둔 목표를 다 이뤘다.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나?

솔직히 그동안 강동궁처럼 세계 챔피언이 되는 걸 꿈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꿈을 꿔도 될 것 같다.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대로 여기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 큐 밑둥에 새로운 목표를 적어둘 때가 온 것 같다. 

어떤 꿈을 적어둘 텐가?

이제는 당연히 국가대표가 되는 것, 그리고 아시아선수권 챔피언, 세계선수권 입상, 이런 것들이 내 목표가 될 것 같다. 

8강 상대가 세미 사이그너다. 작전이 있나?

워낙 유명한 선수라 세미 사이그너 선수가 치는 걸 많이 봤다. 지난번에는 내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졌는데, 이번에는 한 번 내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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