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11월, 대구와 부산에서 이상천, 클루망, 사이그너, 시마다 등 초청해 뜻깊은 초청경기 열려

<한국 당구 130년사 '이슈별 당구사 바로 알기'>는 한국에 당구가 전파된 이후 130년 동안 어떻게 당구 문화가 자리 잡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스포츠가 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칼럼입니다. <월간 빌리어즈>가 지난 35년간 취재한 기사와 수집된 자료, 당사자의 인터뷰에 근거해 김기제 발행인의 집필로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당구전설' 이상천과 당시 3쿠션 세계랭킹 1위 세미 사이그너.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당구전설' 이상천과 당시 3쿠션 세계랭킹 1위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한 세기를 마무리하는 지난 1999년 11월, 대구와 부산에서 3쿠션 세계 챔피언 초청경기가 두 차례 열렸다.

이 대회는 지난 91년 12월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3쿠션 당구월드컵이 개최된 이후 국내에서 5번째 열린 세계 대회다.

한국은 91년에 처음 3쿠션 당구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여러 번 재유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성사되지 못하다가 96년에 TBC(대구방송) 개국 1주년 기념 초청경기가 열리며 6년 만에 세계대회를 개최했다.

96년 5월에 열린 TBC 개국 1주년 기념 초청경기는 당시 대한당구협회 대구지회장과 대한당구선수협회 대구지회장을 역임하고 있던 고창환 TBC 해설위원과 BWA(당구월드컵협회)에 영향력이 있던 이상천 선수의 합작품이었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96년 5월 17일과 18일에 동대구호텔 별관에서는 오랜만에 방한한 레이몽 클루망(벨기에)과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 등 세계 챔피언들을 비롯해 일본의 이구치 히데토시가 출전해 이틀간 방송 시합을 진행한 바 있다.

이어서 6개월 후인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한국에서 개최되는 두 번째 3쿠션 당구월드컵이 대구 같은 장소에서 성대히 치러졌다.

두 사람은 1990년대가 저물어가는 세기말에 의미 깊은 초청 시합을 다시 한번 개최했다.

대한스포츠당구협회 부회장이었던 고창환이 국내 여건을 맡고, 이상천은 외국 선수 초청 교섭역을 맡아서 99년 11월에 '3쿠션 세계 챔피언 초청경기'를 대구와 부산에서 두 차례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회는 99년 11월 17, 18일에 대구에서 먼저 경기를 하고,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11월 20, 21일에 두 번째 대회가 진행됐다.

초청 선수는 이상천을 비롯해 당시 세계랭킹 1위 사이그너와 6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있던 클루망, 98 방콕 아시안게임 3쿠션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시마다 아키오 등 4명이었다.

4명의 초청 선수와 국내 선발 선수 간에 풀 리그 경기를 대구와 부산에서 두 차례 벌여 순위를 결정했다.

대구대회는 대구방송(TBC)가 중계하고, 부산대회는 부산방송(PBS)가 녹화해 방영하는 등 이 대회는 영상으로 기록이 남아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이상천(오른쪽)과 일본 시마다 아키오 간에 '세기의 대결'이 벌어졌다.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이상천(오른쪽)과 일본 시마다 아키오 간에 '세기의 대결'이 벌어졌다.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당시 6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리그전에서 모두 우승한 레이몽 클루망(벨기에).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당시 6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리그전에서 모두 우승한 레이몽 클루망(벨기에).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대구와 부산대회 모두 클루망이 우승... 종합 2위는 사이그너

첫 리그전인 대구대회에는 4명의 초청선수와 국내 선발전을 통과한 유창선, 김순종, 그리고 대구지역 와일드카드 이재명 등 7명이 40점 단판경기로 대결을 벌였다.

당대 아시아계 최고의 선수인 이상천과 시마다의 한일전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상천이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시마다와의 한판 승부는 아시아의 일인자를 가리는 경기였다.

결과는 아쉽게도 이상천이 초반 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37:40으로 석패했다.

시마다는 클루망과 5승 1패로 동률을 이루었지만, 애버리지가 높은 클루망(1.614)이 시마다(1.424)를 제치고 대구대회 1위를 차지했다.

이상천은 3승 3패로 4위에 머물렀고, 사이그너는 4승 2패를 기록해 3위에 올랐다.

11월 20일과 21일 열린 부산대회에서는 초청선수 4인과 국내 선발 선수로 김상호, 김종완, 부산지역 와일드카드 김종구 등 7명이 같은 방식으로 풀리그를 벌였다.

대구대회에서 시마다에게 아깝게 패했던 이상천은 부산대회에서 40:34로 승리를 거두며 설욕에 성공했다.

부산대회 경기 결과, 놀랍게도 클루망이 6전 전승(1.500)을 거두고 대구대회에 이어 우승을 차지했고, 2위는 4승 2패(1.346)의 사이그너, 3위에 3승 1무 2패를 기록한 이상천(1.327)이 올랐다.

한국 선수 중 김상호는 사이그너를 40:7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고, 이상천과 40:40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4위를 차지했다(1.228).

대구대회에서 선전했던 시마다는 2승 4패(1.137)로 부진해 5위에 머물렀다.

 

<월간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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