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브욘 블롬달과 두 번의 승부치기 끝에 승자조 결승에 오른 마르코 자네티가 김행직과의 결승전에서 최고의 매너를 보여줬다. 사진=원주/이용휘 기자
토브욘 블롬달과 두 번의 승부치기 끝에 승자조 결승에 오른 마르코 자네티가 김행직과의 결승전에서 최고의 매너를 보여줬다. 사진=원주/이용휘 기자

'호텔인터불고 원주 월드3쿠션그랑프리 2023'에서 심판의 득점 인정을 선수가 부정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1일 오후에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인터불고호텔 원주에서 열린 '월드3쿠션그랑프리 2023' 개인전 승자조 결승에서 김행직(전남)과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이 맞붙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1세트를 6이닝 만에 8:12로 패하고 끌려가던 자네티가 2세트 공격 중 심판의 득점 인정에도 불구하고 손사래를 치며 스스로 점수를 인정하지 않은 것.

특히, 자네티는 2세트 1이닝에 7득점을 올리면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었고, 곧바로 2이닝에서 김행직이 하이런 10점으로 응수하면서 7:10으로 역전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쉽게 공격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2이닝 타석에서 빨간 공을 목적구로 선택한 자네티는 장-단-장 쿠션으로 수구를 보내서 득점을 노렸다.

빨간 공에 맞은 자네티의 수구는 장-단 쿠션에 맞은 뒤 좁은 공간을 흐르듯 내려와서 두 번째 목적구에 부딪혔고 심판은 득점을 선언, 점수판의 스코어가 올라갔다.

하지만, 자네티는 손을 내저으며 자리로 돌아가 스스로 득점을 포기했다. 

부심석까지 가서 득점이 아니라고 설득하는 마르코 자네티. 사진=원주/이용휘 기자
부심석까지 가서 득점이 아니라고 설득하는 마르코 자네티. 사진=원주/이용휘 기자
마르코 자네티는 자신의 수구가 장-단-장쿠션으로 진행 중 장-단쿠션 이후 장쿠션에 맞지 않고 제2목적구에 닿은 것을 먼저 알아채고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유튜브 갈무리
자네티는 자신의 수구가 장-단-장쿠션으로 진행 중 장-단쿠션 이후 장쿠션에 맞지 않고 제2목적구에 닿은 것을 먼저 알아채고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유튜브 갈무리

당황한 심판이 부심과 의논한 끝에 그대로 득점을 인정해 자네티에게 타석에 설 것을 권했으나 자네티는 연신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부심석까지 직접 가서 VAR을 판독하며 부심까지 설득해 김행직에게 타석을 내줬다.

사실 근접 비디오로 샷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수구가 장-단쿠션 이후 장쿠션에 닿지 않고 제2목적구에 닿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수구가 장쿠션에 너무 붙어서 내려왔기 때문에 심판의 눈만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샷을 구사한 자네티는 자신의 의도처럼 공이 움직이지 않자 이를 알아챘고, 쉽게 공격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심판의 득점 인정에도 불구하고 양심선언을 하며 공격을 포기했다.

자네티는 결국, 2세트를 5이닝 만에 9:16으로 내주며 세트스코어 0-2로 김행직에게 져 최종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패자조 결승으로 내려간 자네티는 경기 후 괜찮다는 듯 제스처를 취해 당구가 매너의 스포츠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당구 팬들은 "이게 당구다", "이래서 당구가 매너의 스포츠다", "자네티 다시 보인다", "자네티와 김행직 모두 당구 경기에서 최선의 매너를 보여줬다", "자네티 멋있다" 등의 감탄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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