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획득한 펜싱 오상욱.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획득한 펜싱 오상욱.  연합뉴스
구본길(왼쪽)과 결승전이 끝나고 악수를 나누는 오상욱(오른쪽).  연합뉴스
구본길(왼쪽)과 결승전이 끝나고 악수를 나누는 오상욱(오른쪽).  연합뉴스

잘 써진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한국 남자 펜싱의 결승전 리턴 매치 스토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완성됐다.

펜싱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 오상욱(26·대전광역시청)은 25일 밤 10시 30분에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대표팀 선배 구본길(34·국민체육진흥공단)과 맞붙어 15-7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반부터 팽팽했던 이번 결승에서 오상욱은 6-7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9점을 연속으로 따내며 15-7의 역전승을 거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같은 종목 결승에서 패했던 구본길에게 오상욱은 5년의 기다림을 거쳐 마침내 왕좌를 탈환했다.

이번 대결은 5년 만에 결승에서 이뤄진 재대결이었다. 두 선수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같은 종목 결승에서 만나 구본길이 15-14,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막 스무 살이 넘었던 오상욱은 찬란한 금메달을 목전에 두고 아쉬운 은메달을 품었다.

2015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펜싱 국가대표에 선발돼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오상욱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첫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메달 획득이 기대됐던 오상욱은 결승까지 파죽지세로 올라가 구본길과 대면했다.

구본길은 당시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를 노리는 '사브르의 왕자'였다. 그를 상대로 오상욱은 놀라운 명승부를 연출했다.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한 국가의 선수가 펼친 승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대결이었다.

오상욱은 12-14에서 14-14까지 따라가 구본길의 아시안게임 3연패를 위협했으나, 마지막 점수를 내주면서 은메달에 머물렀다. 대회가 끝나고 오상욱은 "패기로 대들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라며 곱씹었고, 5년 뒤 이곳 항저우에서 운명의 승부를 예고했다.

지난해 11월에 뜻밖의 발목 인대 파열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며 3개월 동안 재활 의지를 불태워 올해 4월에 국내에서 열렸던 국제그랑프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복귀를 신고했다.

경기 후 포옹하는 두 선수.  연합뉴스
경기 후 포옹하는 두 선수.  연합뉴스

그리고 5개월 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마침내 청운의 꿈을 완성했다. 경기 후 오상욱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패했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 다행히 후반에 경기가 잘 풀렸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구본길은 4연패와 함께 박태환(수영)과 남현희(펜싱)가 보유한 하계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6개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는 도전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단체전을 우승하면 구본길은 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구본길은 "이번에 금메달을 못 따면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겠다고 동료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며 "단체전이라도 따서 내 이름이 역사에 남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기록 달성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단체전은 오는 28일 열리며, 오상욱은 2관왕, 구본길은 최다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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