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만, 두 대회 연속 '당구월드컵 4강'…모랄레스도 사상 첫 '4강행'
경기 방식 다른 PBA와 UMB…'PBA 복귀생' 활약 비결은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복귀한 글렌 호프만(네덜란드·왼쪽)과 로빈슨 모랄레스(스페인)가 UMB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사상 최고 성적을 올리며 활약하고 있다.  아프리카TV 제공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복귀한 글렌 호프만(네덜란드·왼쪽)과 로빈슨 모랄레스(스페인)가 UMB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사상 최고 성적을 올리며 활약하고 있다.  아프리카TV 제공

[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한국의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뛰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 선수들이 UMB(세계캐롬연맹) 주최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예상 밖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선수들은 수년 동안 경기 방식이 다른 PBA 투어에 집중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 UMB 세계대회에 출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과거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PBA 투어는 15점 세트제와 뱅크샷 2점, 변형된 초구 등 기존 UMB의 점수제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

더군다나 UMB가 기존 40점제를 치르던 방식에서 16강 이후부터 50점제로 늘렸기 때문에 수년 동안 세트제로 승부를 치러온 'PBA 복귀생'들은 더 늘어난 점수제 방식으로 적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PBA 복귀생' 글렌 호프만(34·네덜란드)과 로빈슨 모랄레스(46·스페인)가 최근 열린 UMB 3쿠션 당구월드첩에서 나란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중 호프만은 최근 두 대회 연속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가며, 전에 없던 성적을 내고 있다.

호프만은 '세계 최강' 딕 야스퍼스 이후 네덜란드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과거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니어 무대로 올라와서는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주니어에서 활약하다가 시니어로 넘어온 또래 김행직(전남)과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은 주니어 졸업 이후 3쿠션 당구월드컵 챔피언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는 사이 호프만은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20대를 거의 보냈다.

호프만은 지난 2019년에 PBA 투어가 출범하면서 한국행을 선택해 원년부터 2021-22시즌까지 세 시즌을 뛰었는데, 첫 시즌은 32강이 최고 성적이었지만 두 번째 시즌에 8강, 그리고 세 번째 시즌에는 월드챔피언십에서 준결승에 오르며 시니어 무대를 통틀어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러다가 2021-22시즌에 랭킹 11위로 1부 투어 잔류에 성공했고, 팀리그에서도 휴온스 소속으로 활약하며 다음 시즌 드래프트에도 선발됐던 상황에서 돌연 유럽으로 돌아갔다.

PBA 투어에서 복귀한 호프만은 최근 두 차례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모두 4강에 진출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프리카TV 제공
PBA 투어에서 복귀한 호프만은 최근 두 차례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모두 4강에 진출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프리카TV 제공
호프만은 2022년 열린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에서 4강에 올라갔으나, 다음 시즌에 본국으로 돌아갔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호프만은 2022년 열린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에서 4강에 올라갔으나, 다음 시즌에 본국으로 돌아갔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호프만은 이후 UMB의 징계가 남아 있던 상황이어서 한동안 대회에 나오지 못하다가 지난해 포르투 당구월드컵부터 복귀해 예선 1라운드부터 뛰기 시작했다.

이어 두 번째 출전한 네덜란드 베겔 당구월드컵에서는 시드 없이 본선 32강 조별리그전까지 올라가며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서울 당구월드컵 때는 한국에 오지 않았고, 지난해 연말에 이집트에서 열린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월드컵에 출전해 UMB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준결승에 진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호프만의 활약은 올해 열린 첫 번째 당구월드컵까지 이어졌다. 지난 3일에 끝난 보고타 당구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에 진출하며 활약을 이어간 것.

과거 10년 가까이 출전했던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한 차례도 4강에 올라오지 못했던 호프만은 PBA 투어에서 돌아온 이후 두 대회 연속 4강에 오르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고 있다.

두 대회에서 거둔 전적은 총 16승 1무 5패. 샤름 엘 셰이크에서는 8승 1무 3패와 종합 애버리지 1.463, 하이런 14점 등을 기록했고, 이번 보고타 대회에서는 8승 2패와 하이런 13점, 종합 애버리지 1.562, 최고 애버리지 2.333 등 수준급 플레이를 펼쳤다.

호프만은 그 과정에서 '세계랭킹 6위' 에디 멕스(벨기에)를 2번 모두 꺾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와의 승부는 1승 1패를 거뒀지만, 4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14위 허정한(경남), 17위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 등 세계 정상의 선수들을 차례로 꺾어 전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로빈슨 모랄레스는 '보고타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준결승에 올랐다.  사진=아프리카TV 제공
로빈슨 모랄레스는 '보고타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준결승에 올랐다.  사진=아프리카TV 제공

'PBA 투어' 활약했던 모랄레스 복귀 후 역대 최고 성적
보고타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사상 첫 '4강 진출'

호프만처럼 'PBA 이적생'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모랄레스도 이번 보고타 당구월드컵에서 사상 처음 4강 관문을 통과했다.

오랫동안 콜롬비아 국적으로 세계 무대에 나섰던 모랄레스는 PBA에서 복귀한 후에는 스페인 국적으로 세계 무대에 나서고 있다.

2019년에 PBA 출범 당시에 한국으로 넘어온 모랄레스의 PBA 데뷔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개막전부터 16강에 올라갔고, 원년 시즌에 열린 7차례 대회 중 16강 4회와 32강 2회 등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 출범한 PBA 팀리그에서는 TS·JDX에 선발돼 2라운드 MVP에 선정됐고, 포스트시즌에서는 드라마틱한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팀을 팀리그 원년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다음 2021-22시즌 개막전 후 모랄레스는 가족을 이유로 팀리그와 투어를 이탈하면서 돌연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콜롬비아가 아닌 스페인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 모랄레스는 이번 2023-24시즌을 앞두고 팀리그와 투어 복귀를 PBA 측과 논의했으나, 계약서에 서명하지 못하면서 불발됐다.

PBA 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하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린 모랄레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PBA 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하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린 모랄레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PBA 투어에서 모랄레스는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와 한 팀으로 포스트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PBA 투어에서 모랄레스는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와 한 팀으로 포스트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모랄레스는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부터 다시 UMB 대회를 뛰기 시작해 서서히 재적응 단계를 거쳤고, 지난해 호찌민과 서울 당구월드컵에서 16강에 올라가며 활약했다.

그리고 이번 보고타 대회에서는 4강까지 진출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PBA 데뷔 전에는 위협적인 선수였지만, 당구월드컵 등 세계대회에서 성적이 나지 않았는데 PBA에서 UMB로 돌아간 뒤 오히려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 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선수 출신 당구 관계자는 "호프만이나 모랄레스처럼 폭발적이고 잠재력이 큰 선수들에게는 PBA 투어를 뛰면서 쌓인 경험이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선수는 "세트제, 점수제 모두 승부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경기 운영이나 심리적인 요인에 경기 방식이 영향을 주게 된다"며 "여러 승부의 경험을 다양하게 체득한 선수가 승부처나 박빙의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PBA 투어를 어느 정도 뛰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선수 중에는 호프만과 모랄레스 외에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과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와 같은 세계 최정상 선수들도 있다. 

과연 이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는 어느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빌리어즈앤스포츠 DB, 아프리카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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