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구 130년사 '이슈별 당구사 바로 알기'>는 한국에 당구가 전파된 이후 130년 동안 어떻게 당구 문화가 자리 잡았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스포츠가 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칼럼입니다. <빌리어즈>가 30년간 취재한 기사와 수집된 자료, 당사자의 인터뷰에 근거하여 김기제 발행인이 집필하며 매주 토요일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96년 1월 29일 서울 강남의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개최된 대한포켓당구연맹 제2차 정기총회 빌리어즈 자료사진


◆ 당구 단체장에 정치인 영입으로 위상 높여...김영재 고문이 수석부회장으로 실무 맡아


대한포켓당구연맹이 출범한 후 1년을 결산하는 제2차 정기총회가 96년 1월 29일 오후 4시에 서울시 강남구 리버사이드호텔 2층 무궁화홀에서 연맹 임원과 등록 선수 및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김정식 선수의 사회로 진행된 총회는 천남중 회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되어 경과보고(박병수 전무, 천기곤 선수국장), 결산보고(이철호 사무국장), 감사보고(박중석・이장수 감사), 임원선출, 회장 이취임식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대한포켓당구연맹 출범 후 1년을 결산하고 새 사업을 수립하는 제2차 정기총회는 연맹의 사업 과정과 결과에 대한 반성과 비판, 그리고 앞으로 연맹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뜻 있는 자리였다.

더구나 총회에 참석한 선수와 회원 임원들 간의 격의 없는 토론식 회의 진행은 대한포켓당구연맹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단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날 총회의 결산보고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9884만원의 수입에 3378만원의 수익을 시현하는 흑자경영이 보고되어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해주었다.

수입 중에는 회원의 입회비 외에 각종 대회 후원금 6800만원의 뒷받침이 있었다.

이날 천남중 회장이 일신상의 사정으로 1년 만에 회장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후임의 제2대 회장으로 박정훈 국회의원(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이 추대되어 만장일치로 선출되었다.
 

대한포켓당구연맹 제2대 회장으로 추대된 박정훈 국회의원 빌리어즈 자료사진

신임 박정훈 회장은 전북 임실 순창 출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와 대우에서 기획조정실 상무이사를 역임하는 등 10여 년 기업경영에 참여했으며, 정치 경력으로는 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민주당 원내부총무를 거쳐 아시아태평양의원연맹 부의장과 국회 재무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7명의 전형위원에게 조각이 일임된 새 임원으로는 고문 천남중, 수석부회장 김영재(상임고문), 부회장 유양권(우성산업 대표) 등으로 결정하고, 부회장 한자리는 신임 회장이 천거하도록 위임했다.

이로써 연맹 설립의 산파역으로서 상임고문의 직함으로 포켓당구 발전에 기여해 온 김영재 씨가 수석부회장으로 실무를 맡아 박정훈 회장을 돕는 연맹의 제2기 체제가 구성되었다. 

제2대 회장으로 추대된 박정훈 신임회장은 취임사에서 "연맹 관계자로부터 회장 취임에 동의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 포켓볼이 무엇인지 잘 몰랐고, 모름지기 회장이라면 국가 사회의 저명인사이거나 재정상 든든한 스폰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제 능력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서 창설 1년이 되었다는 연맹의 대단히 진지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게 되니 포켓당구연맹이 이만큼 발전한 것도 당연하다고 느꼈습니다.

사업계획은 세웠으면 꼭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사업계획은 무리하기 쉽습니다. 여러분을 만나니 저 자신이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욕먹지 않는 정도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두가 단합하고 화합하고 토론도 많이 하여 연맹 발전에 기여해 주기 바랍니다"라며 신임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총회의 모든 진행 과정을 지켜본 당구인들을 창립된 지 1년밖에 안 된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조직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직접 볼 수 있었고, 또한 신임 회장의 취임사를 통해 제2기 연맹의 앞날에 밝은 전망을 기대할 수 있었다.
 

제5회 아시아포켓9볼챔피언십의 개회식에 참석한 각국 선수단 빌리어즈 자료사진


◆ 96년 3월에 부산 해운대에서 제5회 아시아포켓9볼챔피언십 개최 


대한포켓당구연맹은 제2대 박정훈 회장이 취임한 다음 달 2월 24, 25일에 제1회 회장배 전국포켓볼대회(96 챔피언시리즈 1차전 및 아마추어여성포켓볼대회)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포켓전용클럽 마법의 성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 대회는 박정훈 신임 회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한편 국내 남녀 포켓볼 최강자를 가리는 목적의 대회였다.

7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경기를 치러 최종 5차 시리즈까지 획득한 랭킹포인트에 따라 올해의 선수 랭킹을 정하게 되며, 1위부터 8위까지는 96년 3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회 아시아포켓9볼챔피언십과 10월 말 스웨덴에서 열리는 96 세계선수권대회의 출전 자격이 주어졌다. 

총 44명이 출전한 남자부에서는 8강에 염규동, 이열, 한경용, 이장수, 박신영, 김원석, 박승칠, 김정태 등이 진출하여 이열, 이장수, 박신영, 박승칠이 4강에 올랐고, 박신영과 이열이 결승전을 치러 9-4로 박신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제1회 회장배 전국포켓볼대회의 남자 단식 우승자 박신영과 여자 단식 우승자 현지원 빌리어즈 자료사진


총 10명이 출전한 여자부에서는 4강에 현지원, 이정예, 양순이, 정양숙 등이 올라 결승에서 현지원이 정양숙을 7-4로 꺾고 우승했다. 

총 41명이 참가한 아마추어 여성부에서는 참가자 중 유일하게 주부인 유명욱(우먼클럽동우회 회장)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틀간의 대회가 끝난 후 대한포켓당구연맹 박정훈 회장은 폐회사에서 "승패를 떠나 깨끗하고 모범적인 플레이로 최선을 다해줄 모두에게 감사한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당구가 채택되는 등 당구의 스포츠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이번 대회를 계기로 포켓당구의 저변 확대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라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천남중 회장 재임 시절에 유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성사하지 못하고 있던 아시아포켓당구연맹(APBU) 주최 제5회 아시아포켓9볼챔피언십도 96년 3월 16, 17일 2일간 부산 해운대 하얏트리젠시호텔 특설경기장에서 개최되었다.

이 대회는 92년 11월 대한당구경기인협회 주관으로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제3회 대회 후 한국에서 두 번째 개최하는 대회였다. 
 

제5회 아시아포켓9볼챔피언십 개회식에서 축사하는 대한포켓당구연맹 김영재 수석부회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서 총 32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경기 방식은 예선 16강까지는 9선승제, 본선 8강전부터는 13선승제로 치러졌다. 

개회식에 아시아포켓당구연맹 투영휘 회장은 국내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고, 세계포켓볼협회(WPA) 경기담당이사이며 아시아포켓당구연맹 고문인 카지오 후지마(일본)가 참석하여 대회사를 했다.

그는 대회사에서 "아시아포켓당구연맹을 대신해 이 대회의 개최를 지원하는 데 아낌없는 도움을 준 대한포켓당구연맹과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한다. 당구가 GAISF(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로부터 스포츠로 인정받고, 또한 97년 세계대회와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근래 좋은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때문에 올림픽을 향한 꿈도 머지않은 미래에 이루어지리라 생각된다. 선수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제1회 회장배 전국포켓볼대회를 통해 선발된 박신영, 이열, 이장수, 정영화, 김원석 등 상위 랭커 13명이 출전하여 본선 8강에는 이열, 정영화, 김원석이 진출했다.

8강전에서 이열과 정영화가 대결하여 이열이 13-4로 정영화를 누르고 4강에 진출했고, 김원석은 이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다카하시 도다와 접전 끝에 10-13으로 아쉽게 패했다. 

부산 지방의 민영방송인 PSB가 녹화로 촬영 방영한 본선 4강에 올라간 이열은 8강에서 대만의 양칭쑨을 13-11로 꺾고 준결승에 올라온 차오퐁팡(대만)과 맞붙었으나 3-13으로 패했다.
 

제5회 아시아포켓9볼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대만의 차오퐁팡 빌리어즈 자료사진


다카하시와 곤지 세키가와(일본)의 준결승 경기는 13-9로 다카하시가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차오퐁팡과 다카하시의 결승전은 아시아 포켓볼의 맹주를 자처하는 대만과 일본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의 승부답게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차오퐁팡이 13-9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한편, 이 대회에서는 비공식 행사로 남녀 혼합복식 경기가 치러져 흥미와 관심을 끌었다. 

혼합복식 경기는 현지원(한국)・양칭쑨(대만), 홍지희(한국)・세키가와(일본), 양순이・박신영(이상 한국), 함희경(한국)・소니(싱가포르) 등 4개 조로 편성하여 예선은 4선승제로 결승은 5선승제로 치렀다.

혼합복식의 결승전은 현지원・양칭쑨 조와 양순이・박신영 조가 대결하여 접전 끝에 현지원・양칭쑨 조가 한국의 양순이・박신영 조를 5-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